설립목사
장원기 예장 합동정통 총회장 가문 4대 걸쳐 목회자·장로·권사 300여명
삼별초가 고려의 자주를 꿈꾸며
몽골군에 맞서 결사 항전을 벌였던 전남 진도, 해마다 음력 2월 그믐 때면 진도와 모도(茅島) 사이에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진도가 지난 1세기 동안 ‘신앙의 기적’을 이뤄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진도 의신면 금갑리 인동 장씨(仁同張氏) 가문이 세운 금갑(金甲)교회가 이름 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금으로 만든 갑옷’을 입어서인지, 설립자 후손 중에는 목사와 장로, 권사, 집사가 수백 명이 넘는다.
장원기(인천 흥광교회 설립목사) 예장합동정통 총회장 집안 이야기다.
장원기 총회장의 선대를 기준으로 3∼4대까지 목사만 14명이다. 전도사와 강도사, 신학을 공부하는 학생까지 합하면 20여명이 넘는다. 장로와 권사만 모아도 300여명. 도시의 큰 교회를 세워도 될 정도로 많다.
장씨 가문에는 원래 전통적인 유교 집안으로 예수를 믿는 이가 1명도 없었다. 손이 귀한 가문에 뒤늦게 자식복이 터졌다. 증조부(독자) 장형칠은 10남매(7남3녀)를 낳았다. 장남 운익은 집안에서 세운 서당에서 한문학을 하다가 어느 날 미국 남장로교 출신의 한 선교사가 전해준 성경을 읽고 새로운 세상이 있음을 깨달았다.
1908년 집안에서 운영하던 서당에서 첫 예배를 드렸다.
서당엔 사서삼경 대신에 성경 읽는 소리가 낭랑하게 울렸다. 마침내 13년 뒤에는 정식으로 예배당을 세웠다.
장남 운익
가문에서 크리스천 1호인 장남 운익은 장로가 됐고, 밑으로 동생 3명은 목사, 1명은 영수, 5명은 집사와 권사가 돼 10남매 모두 독실한 크리스천이 되었다.
장 장로는 4남 2녀(집사 1, 장로 1, 목사 1, 집사 1, 권사 1)를 뒀다. 장손 순홍 집사의 셋째 아들 광석은 광주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차남 순종(94·금갑교회) 장로는 5남매를 뒀다. 장남은 먼저 세상을 떠났으며 장원기(인천 흥광교회) 환봉 (전남 영암 복천중앙교회) 김운식(매제·양주 조안교회)이 목회자가 됐다. 셋째 순환 목사의 아들 동욱은 캐나다에서 목회를 하고 있으며, 사위 김영철(성남 기쁨의교회)이 목회자다.
둘째, 태익
태익(영수) 집안의 후손 중에는 명기(인천 간석동 광명교회 담임목사)가 목회자이며 그의 아들 학삼(백석대학원졸)이 강도사다.
셋째, 평익
평익은 6남매를 낳았으나 목회자는 없다.
넷째, 진익
진익 목사는 진도에서 평생 동안 농촌 목회를 하다가 일생을 마감했다. 그는 6·25전쟁 때 임회면으로 피란 가서 중림교회를 개척했다. 워낙 목회를 열심히 했기 때문에 도시 큰 교회에서 수차례 모셔가려고 했지만 그는 소원대로 중림교회에서 40년간 시무했다. 진익 목사는 당신이 세례를 준 이들과 주례를 해준 사람 이름을 매일 새벽마다 부르면서 4∼5시간 기도해준 일화는 유명하다. 술주정뱅이와 장돌뱅이, 난봉꾼들도 진익 목사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쥐처럼 기를 펴지 못했으며 나중에는 모두 항복하고 예수를 받아들였다. 후손으로 주헌(전남 무안) 주훈(전남 무안)이 목회를 하고 있고 주영은 광주에서 장로로 섬기고 있다.
다섯째, 두익
두익은 집사였으며 6남매를 뒀다. 아들 순일 장로의 딸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여섯째, 규익
규익 목사는 현재까지 생존하고 있는 기장의 원로목회자다. 숭실대 전신인 조선신학교 출신으로 한경직 목사와 같이 안수를 받았으며 경기도 양주군 송촌리 용 진교회, 서울 미아리 양광교회, 영등포 흑석동교회, 원효로 효동교회 등을 거쳐 50년 목회 생활을 마감하고 현재 경기도 발안의 한 선교원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규익 목사의 후손으로는 장주석 연합뉴스 전 전무가 있다.
일곱째, 창익
창익 목사는 경기도 부천에서 목회를 하다가 별세했고 5남매를 뒀다. 아들 2명은 장로이며, 두 딸은 권사다. 1∼2대 6명, 3∼4대에서 8명의 목사가 나왔다. 그 아래로는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지만 전도사만 3명, 강도사 1명이 나왔다.
장운익 장로는 장 총회장이 초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다. 장 장로는 운명하기 전에 자식들을 모두 불러 놓고 자손 대대로 주일 성수할 것과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는 유언을 남겼다.
“교회를 잘 부탁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식들을 교회에 보내야 한다. 한 사람도 낙오없이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너무 슬퍼하지 마라. 내 앞에 천국 문이 열려 있다. 우리 모두 찬송가 545장을 부르자. 하늘 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
찬송가가 끝날 무렵 장 장로는 온아한 미소를 남기도 하늘나라 소풍길을 떠났다. 그로부터 반 백년이 흘렀다. 장씨 집안은 진도가 낳은 ‘신앙 명가’로 믿음의 유업을 잇고 있다.
[2009.07.06] 국민일보 윤중식 기자